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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정평가를 ‘전과정’으로 만드는 마지막 퍼즐 조각

2025.06.04탄소중립연구원Editor 유현서
Copilot을 이용하여 생성

전과정평가는 말 그대로 분석 대상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정말로 전 생애주기를 따라다니면서 평가를 해야 했다면 하나의 LCA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세계일주가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LCI DB가 존재합니다. 이전에 데이터 수집을 다룰 때 ‘하나의 LCA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온 동네 부서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LCI DB에도 같은 비유가 적용됩니다. LCA 선조들께서 만들어주신 LCI DB가 있어, 이제는 DB 연결을 통해 전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죠.

이처럼 LCI DB는 LCA 수행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허술한 선택이 프로젝트 전체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어떤 LCI DB를 활용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다음의 내용을 다룹니다.

  • 공장에서 수집한 생산 데이터를 어떻게 전 생애주기에 대한 데이터로 확장하나요? 📢
  • LCI DB를 선택할 때는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나요? ⚠️
  • LCI DB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

어떤 DB가 적합한지를 직접 점지해드릴 수는 없지만,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돕는 등대가 되겠습니다. 🔆 제품시스템에 적합한 LCI DB를 선택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척도를 담았으니, 읽고 나면 어떤 DB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훨씬 명확한 감을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 💡


공장 데이터를 전과정 목록으로 확장하기

LCA는 그 이름처럼 원료 채굴에서부터 시작되는 전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우리가 수집할 수 있는 공장 데이터 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전과정 목록을 완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저자 제작

기억이 나시나요? 우리가 현장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자사 공장에 대한 것이 한계인데(전경 시스템), 필요한 것은 원료를 채굴하는 것에서부터 폐기물이 자연으로 배출되기까지, 자연계와 기술계의 경계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물질/에너지의 흐름(기본 흐름)입니다.

이때 남아있는 배경 시스템을 채우는 방법이 바로 LCI DB(Life Cycle Inventory Database)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LCI DB(혹은 LCI 데이터)란 특정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혹은 특정 활동을 수행하기까지 투입되고 배출된 모든 물질들을 기본 흐름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분석하고자 하는 제품에는 나사못이 재료로 투입되는데, 그 나사못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알 턱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대신, 나사못의 LCI DB를 활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나사못의 LCI DB는 나사못 생산을 위한 철을 채굴하는 것에서부터, 공장에서 나사못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의 투입물/배출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ChatGPT를 이용하여 생성, 저자 수정, PPT 아이콘 활용

이와 같이 내가 알고 있지 못하는 물질의 앞단을 여러 개의 업스트림 LCI DB로 보완하고,
마찬가지로 추적해본 적 없는 폐기물의 처리에 대한 뒷단을 다운스트림 LCI DB로 보충하면

비로소 투입물과 산출물이 모두 자연에서부터 들어오고 자연으로 나가는, 기본 흐름으로 구성된 제품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표로 나타낸 것이 전과정목록표이고, 제품시스템에 대한 전과정목록표를 얻어내는 것이 LCA의 전체 절차 중, 전과정 목록분석(Life Cycle Inventory analysis, LCI) 단계의 최종 목표가 됩니다.

그러니 LCI DB는, 전경 시스템을 통해 구한 각종 투입 원료와 폐기물을 기본흐름으로 치환해주는 작은 전과정목록표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품시스템에 꼭 맞는 LCI DB를 위한 3가지 척도

LCI DB를 활용하는 법은 간단해요. 존재하는 LCI DB 중, 적절한 것을 골라서 단위에 맞게 연결하면 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출처에서 얻어온 정보이니, 나의 분석 대상이 거쳐 온 생애주기와 온전히 같은 것을 대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료가 생산되는 실제 공급망에서 구한 LCA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지만(바로 이 점 때문에 현대차가 협력사에게까지 LCA를 요청하고 있죠.), 모든 원료 생산 기업에서 LCA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으니 100%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LCI DB를 선택해야 분석하고자 하는 제품시스템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을까요? 시간, 공간, 기술의 3가지 측면에서 LCI DB의 적절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Ecoinvent, 저자 수정

📅 시간적 대표성(Time-related representativeness)

활용하고자 하는 LCI DB가 분석 대상 제품시스템의 시간적 범위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생산된 전기차의 환경영향을 구하는 것이 LCA의 목적이라면, 원료가 되는 나사못 역시 2023년, 혹은 그와 가까운 연도에 생산되어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따라서 나사못의 LCI DB 또한 2023년의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 혹은 2023년을 최대한 비슷하게 반영할 수 있는 최근 연도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이때의 시간적 범위는 ‘LCI DB를 발간한 시기’가 아니라, ‘LCI DB에 포함된 제품시스템이 실제로 기준으로 삼는 시기’를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LCI DB 상단에 표기된 최근 날짜만 보고 이를 ‘시간적 범위’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공간적 대표성(Geographical representativeness)

동일 회사의 해외법인에서 동일한 시설을 갖추어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해당 제품의 탄소발자국은 한국과 같지 않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된 기술도, 성분도 동일하다면 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Copilot을 이용하여 생성

바로 사용된 원료 및 에너지원의 공급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설령 동일한 곳에서 원료를 공급받더라도, 해당 원료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다르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다른 곳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발자국은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탄소발자국 관점에서 유독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전기’를 들 수 있습니다. 같은 고압 전력이더라도, 어느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하였는지에 따라 kW당 2~3배, 많게는 10배 이상 탄소발자국 차이가 납니다. 지역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LCI DB를 적용할 때는 실제 원료가 생산된 지역을 반영해야 하며, 제품이 생애주기 동안 거치는 지리적 범위를 정확히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LCA를 수행하려는 전기차가 한국에서 만들어지니까, 한국 기준 LCI DB를 사용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면 꽝입니다. 전기차를 한국에서 조립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나사못이 ‘made in China’라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나사못의 LCI DB를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 기술적 대표성(Technological representativeness)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는 당연하게도 제품의 전과정 환경영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나사못의 LCI DB를 연결하고자 한다면, 이때의 LCI DB는 실제 분석 대상이 되는 제품시스템에서 나사못을 생산할 때 활용된 기술과 최대한 유사한 기술을 반영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아니 전기차에 들어가는 원료가 얼마나 많은데, 나사못의 공급처도 아니고 어떻게 생산방식까지 알아’하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적인 경우와 달리 실제 상황에서는 모든 공급망에서 쓰이는 생산 기술까지 알기는 어려우니까요. 나사못과 같이 세계 어디에서나 대체로 정형화된 생산기술이 자리잡아 있는 제품이라면 큰 영향은 없겠지만 생산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경로가 크게 달라지는 제품이라면, 이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제품이라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Unsplash, ⓒ Tahlia Doyle

다이아몬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광물로서 채굴하는 자연산 다이아몬드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합성 다이아몬드는 둘 다 다이아몬드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거치는 공정은 완전히 다르니 환경영향까지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원료의 경우 기술적 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LCI DB 이름만 보고 같은 물질로 생각하고 연결한다면, LCA 결과가 실제 제품시스템이 미치는 환경영향과는 달리 크게 왜곡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공장에서 제품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탄소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된 원료를 사용하였다면, 그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제품의 LCI DB가 아닌 해당 저탄소 기술을 적용해서 생산하였을 때의 정보를 담은 LCI DB를 활용해야 합니다. 해당 저탄소 기술을 도입한 생산방식이 별도 LCI DB가 존재할 정도로 알려진 것이 아니라면, 어렵더라도 공급망의 LCA 결과를 수집해야 해당 제품 사용으로 인한 친환경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위의 3가지 조건, 시간, 공간, 기술적 대표성이 활용해야 할 LCI DB의 적합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해당 조건들이 제품시스템과 LCI DB를 비교하며 확인하는 사항이었다면, 이와 달리 LCI DB 자체가 갖는 정확도, 완결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

  • Cut-off 비율과 할당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 활용된 가정이나 제한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 LCI DB에 활용된 데이터 중 제품시스템과 연관성이 적은 데이터가 활용되지는 않았는지

일부 LCI DB에서는, LCI DB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된 데이터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이를 하나의 지표로 산정하여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 Ecoinvent

대표적으로 LCI DB 제공업체인 Ecoinvent에서는, 이와 같이 pedigree matrix를 이용하여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LCI DB의 완결성, 시간적/지리적 연관성 등을 평가한 뒤, 이를 ‘데이터의 불확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점수로 종합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LCI DB 하나 선택하는 데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참 많죠?

그러니 LCI DB를 활용할 때는, 데이터 이름만 보고 연결하지 말고 꼭! 데이터의 시간적 범위, 지리적 범위, LCI DB 자체 불확도 등 내가 활용하려는 LCI DB에 대한 정보(메타데이터)를 확인 후 적합 여부를 판단해야 잘못된 LCI DB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의 왜곡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 LCI DB를 한눈에 - 주요 LCI DB 플랫폼 모음

실무에 활용하실 수 있도록, 활용 가능한 LCI DB 플랫폼을 몇 가지 소개해요.

  • GLAD(Global LCA Data Access network):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최하는 Life Cycle Initiative에 의해 관리되는 비상업 글로벌 LCI DB 네트워크로, 전 세계 각국의 LCI DB를 통합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또한 업데이트되는 LCI DB를 이곳에 등록하고 있습니다.
  • Ecoinvent: 스위스 Ecoinvent Association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용 LCI 데이터베이스로,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유료이지만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높아 학술 연구와 상업적 LCA에서 널리 활용됩니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국가 LCI DB: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국내 LCI DB 플랫폼입니다. 과거 국내에서 개발된 LCI DB가 제공되고 있는데, 최근 업데이트되는 LCI DB는 GLAD에서 등록되고 있습니다.
  • OpenLCA Nexus: GreenDelta가 운영하는 LCA 데이터 유통 플랫폼으로, 여러 종류의 상업/비상업 LCI DB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 Federal LCA Commons: 미국 농무부, 에너지부 및 환경보호청(EPA)이 함께 운영하는 연방 정부 차원의 LCI DB 플랫폼으로, 미국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LCI DB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LCI DB를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상업/비상업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참고로 LynC는, 전세계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Ecoinvent DB를 시스템 내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LynC 시스템 화면, ⓒ 탄소중립연구원

이렇게 제품시스템을 잘 반영하는 적합한 LCI DB를 연결하였다면, 우리는 비로소 기본흐름으로 이루어진 전과정 목록표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 제작

길고 길었던 LCA의 2번째 단계,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LCA 수행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 LCI DB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사항들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LCI DB는 전경 시스템에서부터 기본 흐름으로 이루어진 전과정목록표를 도출하기 위해 연결된다.
  • LCI DB를 선택할 때는 시간, 공간, 기술적 대표성을 고려해 분석 대상 제품시스템의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시간, 공간, 기술적 대표성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결국 핵심은 분석하고자 하는 제품시스템의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때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이 다양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실제로 LCI DB를 찾다 보면 이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주로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데…’보다는(희망편) ‘이것도 쓰기 애매하고 저것도 아닌데’와 같은 상황에서(절망편) 고민하게 되지요. 그러니 가장 마음 편한 방법은, 앞서 언급했듯 공급망에서 실제로 투입되는 제품에 대한 LCA 결과를 제공받아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객사가 따로 교육을 수행해가면서까지, 그렇게나 협력사의 LCA 결과를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글을 끝으로 드디어 전과정 목록분석을 완료하였으니, 다음 글에서는 구한 데이터를 환경영향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다루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 더욱 유익한 인사이트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