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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은 하나, 제품은 n개; LCA의 다기능 공정 해결책 3가지

2025.05.21탄소중립연구원Editor 유현서
Copilot을 이용하여 생성

이번 글에서 소개할 부분은, LCA에서도 유독 논쟁거리가 되어 온 부분입니다.

지난 번부터 다뤄온 데이터 수집은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최선의 정확한 값을 수집한다’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이번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분석자의 인위적인 선택이 개입되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기계적인 적용이 아니라, 정확한 원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아래에 제시된 3가지 케이스에서, 공통점 한 가지를 찾아봅시다.

  1. 공정 A에서는 미세조류를 배양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합니다.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해 공정을 가동하지만, 미세조류에서 지질을 추출하고 나면 탈지 바이오매스(defatted biomass)도 함께 만들어집니다. 생산된 바이오디젤은 고객사에게 납품하고, 남은 탈지 바이오매스는 가축 사료를 생산하는 곳에서 원료로 활용합니다.
  1. 폐열회수시스템 B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전기를 발전함과 동시에, 공장에서 활용되는 스팀을 생산하여 공급합니다.
  1. 공정 C에서는 얼음정수기를 생산합니다. 생산된 얼음정수기는 일반 정수기와 다르게 정수 기능과 얼음 제공 기능을 동시에 탑재하고 있습니다.

위 3가지 케이스는 업종도, 상황도 다르지만 LCA를 분석하는 측면에 있어서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바로 ‘분석 대상이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1. 공정 A - 주 목적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유용한 물질인 탈지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기능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1. 공정 B - 폐열을 활용한 전력 생산 기능과 스팀 생산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1. 공정 C - 생산된 얼음정수기는 정수된 물을 제공하는 기능과 얼음을 제공하는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와 같이 여러가지 기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기능에 대한 정보를 구분짓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LCA를 접하신 분들이라면 ‘할당’이라는 용어를 종종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흔히 다기능(Multifunctional)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할당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활용 가능한 ‘최후의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소 어려운 개념이 있지만, LCA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활용하는 데 핵심이 되는 지식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마주할 여러 유형의 LCA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얻어가실 수 있으니,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

  • 공정에서 여러 가지 제품이 생산될 때, 제품 하나에 대한 환경영향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나요? 🏭
  • 기존에 있던 LCA 보고서를 분석에 활용할 때, 어떠한 점에 유의해야 하나요? 🚧


‘1개’가 아니라, ‘1회 사용’ 기준으로 해주세요

다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한 가지 전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Unsplash, ⓒ Samantha Ram

저에게 컵 하나가 있습니다. 이 컵이 만들어져서 폐기되기까지의 전과정 탄소발자국은 0.8kgCO₂eq이에요.
그렇다면, 이 컵은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가늠이 잘 안 가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친환경성에 대한 나만의 주관이 생기려면, 종이컵 1개 또는 보온병 1개의 탄소발자국, 혹은 적어도 0.8kgCO₂eq가 나무 몇 그루가 흡수할 분량의 탄소배출량인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어떠한 것의 정도를 판단할 때는 필연적으로 비교가 따릅니다. 그리고 비교에는 동일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컵 한 개’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도 있고, ‘컵 100g’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요. 종이컵은 한 번 쓰고 버리는데, 텀블러는 몇 년을 쓰기도 하잖아요. 이 둘을 같은 한 개로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은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상당히 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LCA는 기능을 기준으로 분석 대상을 정의합니다. ‘200mL의 찬 음료를 1000회 담아 사용하는 것’과 같이 말이에요. 이렇게 기능을 기준으로 정의된 분석의 단위를 ‘기능단위(functional unit)’라 합니다.

기능단위가 정의되고 나면,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제품이 필요한지를 구할 수 있어요. 가령 일회용 종이컵이라면 위의 기능단위를 충족하기 위해 1,000개의 종이컵이 필요하고, 딱 1000회 사용이 가능한 텀블러라면 1개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때 1,000개의 종이컵, 1개의 텀블러를 각각 기준단위(reference unit)라 합니다.

따라서 LCA의 분석 대상을 논할 때는 기능단위를 정의하고, 그 다음 그에 맞는 기준단위를 도출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제품 1개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LCA의 목적이라면, 해당 제품이 갖는 주요 기능 및 성능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LCA 보고서에 함께 포함되어야 해요.

이는 ‘종이컵 1개 vs 텀블러 1개’와 같이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비교의 상황을 막기 위함입니다. ‘같은 기능을 수행할 때’라는 전제를 두어, 두 대상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공정 혹은 제품이 우리가 정의한 기능단위와 달리 여러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면,
그 대상의 환경성을 판단하기가 상당히 난감해집니다.


다기능에 대처하는 3가지 유형 - 자세히 보기, 빼기와 더하기, 그리고 나누기

다중 산출물이 발생하는 상황은, 공정이 다기능을 수행하는 상황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의 경우를 사례로 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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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에 물질 A~D가 투입되어 제품 E, F가 함께 생산되는데, 우리가 파악하고 싶은 정보는 E의 전과정 환경영향입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상황에서, E의 전과정 환경영향만을 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봅시다.

자세히 보기

다중 산출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공장 전체 혹은 일련의 생산 프로세스를 하나의 단위공정으로 보았다면(이러한 경우를 ‘블랙박스(blackbox)’라 합니다.), 그 안에서 E를 생산할 때 거치는 공정과 F를 생산할 때 거치는 공정이 어떻게 분리되는지를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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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두 제품의 생산 공정을 서로 다른 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구분이 이루어지는 그 공정을 단위공정으로 봄으로써 다기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간단히 말해, ‘다중 산출물이 발생하는 상황’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입니다. 가장 바람직하지만, 항상 활용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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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하나의 화학반응으로 두 물질이 정말로 동시에 생성될 수도 있고, 또 이론적으로는 두 물질의 생산 공정을 분리할 수 있더라도 데이터를 그만큼 자세하게 수집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중 산출물이 발생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산출물 간의 환경영향을 분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빼기와 더하기

두 번째 방법은, 새로운 제품시스템을 도입하여 다기능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업계에서 흔히 활용되지는 않지만, 기본 원리와 몇 가지 용어만 알아둔다면 다른 LCA 보고서 혹은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때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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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와 F가 동시에 생산되는 다기능 공정에서, 우리가 분석하려는 대상이 E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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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와 F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F를 생산할 때의 영향을 빼주면 된다는 발상입니다. 이를 대체(Substitution)라 합니다.
E만 단독으로 생산했다면 F는 ②의 공정을 거쳐 다른 곳에서 별도로 생산되었을 텐데, E와 F가 같이 생산되었으니 그만큼 ②에서 생산될 F의 양을 대체하였다~라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②에서 F를 단독으로 생산할 때의 탄소발자국을 빼 주는데, 이를
‘크레딧(Credit)을 부여한다’고도 합니다.

다만 ②가 어떤 공정인지에 따라 부여하게 될 크레딧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한 도입이 필요합니다. 분석 대상 공정과는 관계가 없는 ②에 따라 분석 대상인 E의 탄소발자국이 달라지니, 다소 의문스럽게 느껴질 여지도 있습니다.

만일 서로 다른 두 공정을 비교하는 상황이라면, 반대로 수행하는 기능이 더 적은 공정에 기능을 더해주어 동일 선상에서 비교를 수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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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와 F를 동시에 생산하는 공정과 E를 단독으로 생산하는 공정을 비교하려 한다면, E를 생산하는 공정에 F를 생산하는 공정을 더하여 ‘E와 F를 생산하는 것’을 기능단위로 둘 수도 있겠죠.
앞선 얼음정수기의 사례를 들어 본다면, ‘얼음물을 생산하는 것’을 기능단위로 두고 한편에서는 얼음정수기로 얼음물을 생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 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제빙기로 얼음을 생산해서 합치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를
시스템 확장(System expansion)이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시스템 확장이라는 용어는, 앞선 ‘대체’의 의미를 포함하여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체와 시스템 확장은 모두 분석 대상이 되는 공정 외에 새로운 제품시스템을 도입하여 분석에 활용합니다. 따라서 앞선 사례에서, F를 단독으로 생산하는 공정이 부재하거나 생산 공정이 하나로 특정되기 어렵다면 위 방식을 적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만일 적용하더라도 그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죠.

새로운 제품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어진 제품시스템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나누기

다기능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흔히 접하셨을 방법이 할당이라 생각됩니다. 앞선 대체와 시스템 확장이 각각 외부의 제품시스템을 빼고(-) 더하는(+) 방법이라면, 할당(Allocation)각 제품의 환경영향을 인위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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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위적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분석자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환경영향이 나누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이 E가 5kg, F가 3kg 생산되고 공정을 가동할 때의 전과정 탄소발자국이 40kgCO₂eq라면, 공정이 갖는 탄소발자국을 질량비로 분배하여 E는 25kgCO₂eq, F는 15kgCO₂eq로 나누어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질량 기준으로 탄소발자국을 분배하면, E의 1kg당 탄소발자국과 F의 1kg당 탄소발자국은 당연하게도 서로 같아집니다.

E와 F는 분명히 다른 제품인데 kg당 탄소발자국은 같다니.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LCA의 국제표준이 되는 ISO 14044:2006에서는 할당을 수행할 때, 분배되는 제품 또는 기능이 갖는 물리적 관계(physical relationship)에 기반하여 제품시스템을 분배하도록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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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기준이 질량 기준입니다.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제품이라면, 제품의 주요 기능이 ‘에너지를 내는 것’과 관련되어 있으니 발열량을 활용해 에너지 기준으로 할당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제품 또는 기능이 갖는 물리적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물리적 관계를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제품의 시장가격에 따른 경제적 기준으로 할당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할당 대상의 시장가격에 변동이 적어야 일관된 분석이 가능합니다.

할당 적용 시, 놓쳐서는 안 될 주의사항 3가지를 소개해요. ⚠️

  • 할당 기준은 일관되어야 합니다. 만일 공급망의 부품 LCA 결과가 질량을 기준으로 할당되었다면, 이후 공정에서 할당이 이루어질 때에도 물리적 관계가 완전히 변화하지 않는 한 질량 기준으로 할당을 진행해야 합니다.
  • 할당을 하더라도 총 배출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할당은 말 그대로 환경영향을 분배하는 것이지, 덜어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 폐기물에는 할당을 하지 않습니다. 할당은 여러가지 기능을 갖는 공정의 환경영향을 각 기능별로 분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공정이 수행하는 기능이 맞지만,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환경부하이지 공정의 기능이라고 볼 수 없어요.


지금까지 공정이 여러 기능을 수행할 때 어떻게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기능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지, 그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 여럿 등장하였는데,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내용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LCA의 분석 대상은 기능을 중심으로 정의된다.
  • 분석 대상 공정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때, 공정을 보다 작은 단위공정으로 세분화하여 하나의 공정에서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 서로 다른 기능에 관여하는 공정을 분리하기 어렵다면, 관련 제품시스템을 추가하여 환경영향을 빼 주거나(대체), 더해 주거나(시스템 확장), 공정에 의한 영향을 분배하여(할당) 분석하고자 하는 기능에 대한 정보를 분리할 수 있다.

대체, 시스템 확장, 할당은 필연적으로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부분이기에, 적용한 방법이 타당하며 결과가 왜곡될 여지가 없을지 반드시 주의, 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유리한 방식을 골라 택하는 체리피킹(cherrypicking)을 경계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애매하다면, 서로 다른 방법을 모두 시도해본 뒤 각각의 결과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LCA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비교할 때는 꼭 기능단위와 다기능 공정에 대응하는 방식을 살펴주세요. LCA가 연구자의 주관에 따라 왜곡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해석자의 비판적인 눈이 필요합니다. 🧐

세상에 LCA가 필요한 이유도 결국은 전 생애주기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객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함이니까요. LCA의 본질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탄중연이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