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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의 데이터를 끌어내는 LCA 컨설턴트의 핵심 질문 2가지

2025.03.12탄소중립연구원Editor 유현서
Unsplash, ⓒ Kenny Eliason

고객사를 처음 만나 LCA 컨설팅을 시작할 때, 제가 늘 드리던 질문이 있습니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또는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기업인가요?”

대상 기업이 맞고, 별도 ESG팀이 존재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라면 이런 질문도 덧붙이지요.

“회사에서 Scope 3 배출량을 산정하시나요?”

LCA 컨설팅, 또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제3자 검증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다면, 비슷한 질문을 접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걸까요? 단순 아이스브레이킹 혹은 고객사 성격 파악? Scope 3 컨설팅 권유를 위한 빌드업?

이번 글에서는 저 두 질문이, 어떻게 LCA에서 데이터 수집 방향을 결정짓게 되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ESG팀 또는 환경팀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시라면, LCA보다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Scope 개념에 더 익숙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의 정책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이에 비하면 국내에서 LCA는 아직 인증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유럽발 CBAM이 우리나라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규제는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번에는 논외로 하고요.

LCA에 익숙하지 않으실 분들을 위해, 나아가 ‘배출권거래, Scope 3… 그런 게 LCA와 무슨 상관인데?’ 하실 분들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다음 내용을 다룹니다.

  • LCA, 그래서 도대체 무엇인가요? 🚗
  • LCA, PCF(제품 탄소발자국), Scope 3는 어떻게 다른가요? 👣
  • LCA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나요? 🧑‍💻


LCA로 전기차 1대의 탄생과 소멸 따라가기

LCA의 정의만 제대로 이해해도,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지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LCA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4040/14044(2006)에 명시된 정의입니다.

Life Cycle Assessment(LCA)

compilation and evaluation of the inputs, outputs and the potential environmental impacts of a product system throughout its life cycle

“제품 시스템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투입물, 배출물과 잠재적 환경영향을 작성하고 평가하는 것”

용어가 어렵죠? 간단한 비유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OpenArt를 활용하여 생성, 저자 수정

여기 새롭게 출시된 전기자동차가 있습니다. 완제품인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 범퍼, 타이어 등 다양한 부품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플라스틱, 철, 고무, 유리 등의 소재가 필요하고요, 이렇게 앞으로 거슬러 가다 보면 광산에서부터 철광석을 캐고, 아랍 에미리트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최초의 단계까지 거슬러 가게 될 것입니다.

완제품이 만들어진 후의 과정을 따라가 볼 수도 있습니다. 완성된 자동차는 거대 트럭에 실려 매장으로 운송됩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해 사용하는 동안에는 전기에너지가 소모될 것이고, 자동차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추가 부품과 윤활유가 필요할 수도 있지요. 수명을 다하고 폐차할 때는 자동차를 분해하고, 일부 부품은 재활용하고, 소각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금 살펴본 전기자동차의 원료 채굴에서부터 부품 제조, 조립, 운송, 사용, 수리, 폐기까지의 전 과정이 제품 시스템의 전 생애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물질과, 배출되는 물질을 나열해봅시다.

OpenArt를 활용하여 생성, 저자 수정

이제 다 왔습니다. 작성한 투입물배출물이 기후변화, 자원 고갈, 산성화에 미치게 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를 잠재적 환경영향이라 합니다.

저자 제작

다시 LCA의 정의를 가져와 봅시다.

제품 시스템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투입물, 배출물잠재적 환경영향을 작성하고 평가하는 것”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나요? 결국 제품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투입되며 버려지고, 최종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화한 것을 LCA(전과정평가)라 합니다.


배출권거래제? Scope 3? 왜… 물어보시는 거죠..?

지금까지 LCA의 정의를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전기차로 예시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회사 제품(또는 서비스)을 떠올려봅시다. 우리 회사의 제품 LCA를 산정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요?

  •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료 (ex. 부품, 플라스틱, 포장재, 내용물 등)
  •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ex. 전기, LPG, LNG 등)
  • 기타 설비 유지에 사용되는 유틸리티 (ex. 물, 스팀, 질소 등)
  • 제품을 만든 뒤 발생하는 대기배출물/폐기물 (ex. 잿가루, 폐수, CO₂ 등)

그 외에도 LCA의 목적과 범위에 따라 원료의 특성이나 운송 정보 등, 필요한 데이터는 상황에 따라 추가됩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또는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은 LCA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 것일까요?

핵심은 대상 기업이 매년 보고하는 온실가스 명세서에 있습니다. 명세서에는 LCA에 필요한 데이터 중, 에너지/유틸리티/대기배출물 일부에 해당하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온실가스 명세서를 접해보셨고 LCA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신 분이시라면, 어딘가 의심되는 점을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명세서에 제시된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필요한 데이터와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Scope 1, 2, 3 - 사업장 중심
저자 제작, PPT 아이콘 활용

LCA - 제품 중심
저자 제작, PPT 아이콘 활용

명세서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 중 Scope 1, 2에 해당됩니다. 간단히 말해 사업장에서 연간 사용하는 전기,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과 그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명시하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제품 단위의 데이터입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제품을 생산할 때, 전기가 얼마나 소모되는지를 알아야 해요. 따라서 명세서의 데이터를 LCA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온실가스 명세서가 중요하냐고요?

  1. 명세서로 보고하는 사업장 = 분석 대상 제품이 생산되는 공간이므로, 제품 생산 과정과 온실가스 배출원을 사전에 파악하기 유리합니다.
  1. 명세서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Scope 1, 2를 산정하여 보고했다는 것은 적어도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가 항목별로 정리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명세서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산정한 과정에서 수합한 데이터 중 제품 생산과 연관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죠.
  1. LCA 산정 후, 수집한 온실가스 배출원 중 빠진 항목이 존재하는지 검토하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제3자 검증에서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기업에서 Scope 1, 2만 자체적으로 산정하고 있더라도 LCA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느 정도는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LCA와 범위가 다르기에 실제로 활용하려면 추가적인 가공이 필요하겠죠.

Scope 3와 LCA의 차이도 ‘사업장’ vs ‘제품’에 있습니다. LCA는 분석 대상이 전 생에주기에 걸쳐 미치는 환경영향에 집중합니다. 반면, Scope 3는 사업장이 가치사슬에 걸쳐 전 지구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을 산정 범위에 포함하지요.

ChatGPT를 활용하여 생성, 저자 수정

말로만 들으면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Scope 3의 Category 1은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Purchased goods and services)’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회사에서 연간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탄소발자국이 Scope 3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이때 회사에서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 중에는 당연히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 등이 포함될테니, 원료의 탄소발자국 정보가 제품 LCA를 수행하는 데 활용될 수 있겠죠. 역으로 회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LCA를 수행하고 있다면, 이때 활용하였던 탄소발자국 정보의 일부를 Scope 3 산정 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Scope 3와 LCA에는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해놓았다면, 나머지 하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기업에서 Scope 3를 산정하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니 LCA를 위한 데이터 수집은 훨씬 간편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LCA를 위한 글이니, Scope 3에 대한 설명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혹시 잘 이해되지 않거나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실무자를 위한 Scope 3 측정 가이드북’을 참고해 주세요.

Scope 1, 2, 3과 LCA가 갖는 또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Scope 1, 2, 3은 말 그대로 탄소회계의 일종으로서 탄소배출량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LCA는 탄소, 물, 자원고갈 등 인간과 환경에 미칠 잠재적 환경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유사하게 PCF(Product Carbon Footprint, 제품 탄소발자국)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LCA를 통해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의 여러 잠재적 환경영향 중, 기업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만을 일컬어 PCF라 부릅니다. 탄소배출량이 중요한 정책 이슈가 되어가다 보니 PCF만을 별도로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큰 맥락에서는 PCF도 LCA의 일부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LCA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4단계 방법 - 목전전해

앞으로 발행할 글을 통해, 실무자의 입장에서 LCA를 시작할 때의 팁과 주의사항을 전달드리려 합니다. 그 전에, LCA 하는 사람들이 어떤 단계를 거쳐 일하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소개해드릴게요.

LCA는 다음의 4가지 절차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저자 제작, ISO 14040:2006 참고

  • 🎯 목적 및 범위정의: LCA를 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범위를 확립하는 단계입니다.
  • 📝 전과정 목록분석: LCA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투입물과 산출물을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 📊 전과정 영향평가: 구한 투입물과 배출물을 잠재적 환경영향으로 변환하는 단계입니다.
  • 🤔 해석: 수행한 LCA가 초기에 수립한 수행 목적과 범위에 맞게 이루어졌는지 검토하고 보완하는 단계입니다.

각 단계에 순서가 존재하지만, 유기적으로 보완을 거치며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4단계가 직선적으로 이루어지고 끝나는 LCA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범위정의에서 A를 포함하기로 했는데, 막상 데이터를 수집해보니 A가 없네 → A를 산정범위에서 제외하거나 B라는 가정을 도입해야지’와 같은 되돌아가는(iterative) 과정이 존재하죠.

내부 LCA팀 또는 컨설팅사로부터 데이터를 요청받아본 적이 있다면, ‘데이터를 한번에 받으면 좋을텐데, 왜 한번 요청하고, 며칠 있다 전화로 물어보고, 다른 데이터를 또 다시 요청하는 거지?’하고 의문을 품으신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데이터를 수정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완을 거치느라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지금까지 LCA란 무엇이고, 탄소회계와 LCA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사항을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LCA(전과정평가)는 제품의 전 과정에 걸친 환경영향을 정량화한 지표이며, 그중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PCF(제품 탄소발자국)라 한다.
  • 탄소회계(a.k.a. Scope 1, 2, 3)는 사업장 단위에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LCA는 제품 단위에서 발생하는 전과정 환경영향을 의미한다.
  • LCA는 총 4개 절차로 구성되며, 각 절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보완을 거친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결국 LCA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온실가스 명세서, Scope 3 등 회사가 기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LCA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명드렸는데요, 실제로 LCA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 및 가공해야 하는지는 앞으로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LCA에 대한 감을 잡으시는 데 이번 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로 뵙겠습니다. 👋